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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승기
작성일.2011-06-23 00:00:00
조회.2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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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덥고 꿉꿉한 여름, 발의 ‘전쟁과 평화’
ㆍ당뇨환자 더워도 양말 꼭 신어야…
ㆍ장화 신고 멋부리다간 무좀 걸리기 십상
‘고온 다습.’ 기온이 30도를 넘어가고, 비가 자주 내리는 여름철 날씨의 전형이다. 이런 시기에는 당뇨발, 무좀, 족저근막염 등 발 부위 질환의 발생이 늘어나고 악화된다.
올해는 여름이 일찍 찾아온 만큼 발 건강의 적색경보도 일찍 켜진 셈이다. 전문의들은 “무더위와 야외활동이 많은 여름철에는 발에 질병이 생기기 쉽지만 상대적으로 관리를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며 발 건강에 관심을 당부하고 있다.
■ 당뇨병 환자들 발에 상처 조심해야
대한당뇨병학회(이하 학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수는 2010년 현재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30%인 150만명 정도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을 앓고 있다. 이는 최악의 경우 발이 썩어 절단까지 해야 하는 ‘당뇨병성 족부궤양(당뇨발)’의 단초가 된다.
(왼쪽)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에서 족저근막염 환자에게 체외충격파 시술을 하고 있는 장면. (오른쪽) 강북삼성병원 당뇨병전문센터에서 발의 감각을 알아보는 검사를 하고 있다. |
학회는 당뇨병 환자의 1~1.2%(5만~6만명)가 당뇨발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뇨발은 족부궤양 및 괴사 등 발 절단의 위험이 있는 전체 발 질환의 절반 정도에 이르는 수치다. 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2007년 당뇨병 환자의 족부궤양 유병률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7.8배 높았고, 족부절단 유병률은 10.1배나 됐다.
당뇨병 환자에게서 이처럼 족부질환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의 합병증으로 피부 감각이 둔해져 상처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만성 고혈당으로 신경이 손상을 받았거나 신경이 비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원인이다.
주로 발에 나타나며 주요 증상은 ‘저린 느낌’, ‘둔탁한 무감각함’, ‘찌릿찌릿함’ ‘화끈거림’ 등이다. 학회 박성우 이사장(강북삼성병원 당뇨병전문센터 소장)은 “당뇨병 환자들이 여름철에 맨발로 다니다가 상처를 입어 족부에 심각한 감염질환이 발생하는 일이 많다”면서 “특히 족부 질환의 단초가 되는 합병증이 있는 환자들은 여름철 발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뇨병이 있으면 상처가 발생했을 때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세균활동이 왕성해지는 탓에 작은 상처도 큰 염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상처를 방치해 깊어지면 결국 발을 잘라야 한다. 당뇨병이 심할수록 사소한 상처라도 치료가 어렵고, 따라서 발을 절단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인하대병원 당뇨비만센터 김용성 소장은 “당뇨병성 족부병변의 경우 치료방법이 어려우며 치료기간이 길어 예방과 조기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근에는 족부궤양을 치료하는 인공피부나 조직배양, 세포성장 호르몬을 이용한 방법이 연구 중이며 일부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들은 맨발로 생활하다 상처를 입는 것도 문제지만 높은 습도로 인해 무좀이 생기거나 악화되면 이것 또한 족부궤양의 주요 원인이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학회는 당뇨병 환자의 여름철 발 건강 및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인식 증진을 위해 ‘당뇨병 환자의 여름철 발 관리 수칙’을 최근 발표했다.
발에 신경병성 통증이 있으면 모두 당뇨병에 의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목이나 허리 등 척추의 디스크, 통풍, 발가락 관절염 등에 의해서도 당뇨병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발 증상이 초래되므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김재광 교수는 “척추디스크에 의한 통증은 특정 척추신경이 눌려 통증이 유발되기 때문에 그 눌린 신경의 지배를 받는 발 부위에 부분적으로 통증과 저린 느낌이 온다”고 설명했다. 즉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당뇨병에 의한 발 통증이 전체적으로 통증 및 저린 느낌과 더불어 감각이 무뎌지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승기정형외과 정승기 원장은 “발에 생기는 통풍은 엄지발가락 부위에 흔하게 발생하며, 다른
질환으로 인한 통증이 발 전체적으로 저리고 아픈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굿스파인병원 박진규 원장은 “목 디스크에 의한 발저림의 경우 발가락만 저린 것이 아니라 발과 다리 전체가 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축축한 신발에 갇힌 발, 무좀 창궐
여름철엔 발에 땀이 많이 차면서 신발 내부에 무좀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잦은 비에 신발 속까지 젖는다면 곰팡이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최근 장화(일명 레인부츠)를 신은 여성들이 많이 늘었다. 비가 올 때는 물론이고 화창한 날에도 신는 경우가 많다. 대개 천연고무나 PVC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 역시 무좀이 걸리거나 악화되기 쉬운 환경이다.
고온다습한 신발 속은 피부사상균이 번식하는데 최적이다. 특히 신발 속에서 땀이 나고 건조되지 않으면 땀으로 피부의 각질층이 불어나 무좀균이 기생하기 쉽다. 무좀균이 각질을 분해해 영양소를 얻으면서 악취를 동반한 물질을 생성해 발 냄새가 유발된다.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김재환 교수는 “습한 발과 신발에서 악취가 난다면 이미 무좀균이 어느 정도 번식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젖은 신발은 즉시 잘 말리고 여러 켤레를 번갈아 신는 것이 무좀균의 번식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무좀은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오래 방치하면 ‘각화형’ 무좀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증상 없이 발바닥이나 발뒤꿈치에 하얀 각질이 일어나고 발바닥이 두꺼워져 치료하기 어려운 상태로 악화되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초기 증상이 완화되면 완치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데, 비슷한 서식 조건이 갖춰지면 재발하기 쉬우므로 예방차원의 꾸준한 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리 신발패션, 족저근막염 유발
조리나 젤리슈즈 등은 여름 휴가지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신는 신발로 등장했다. 이런 신발은 굽이 거의 없고, 체중을 지탱해주는 쿠션이 다른 신발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발바닥의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길 우려가 크다. 이런 신발들은 발등만 걸치는 샌들과 더불어 미끄러질 위험이 높아 발목을 접질릴 가능성도 높다.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박의현 원장은 “아침에 일어나 첫 발을 내디딜 때 통증이 심하거나,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일어나 걸을 때 통증이 있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족저근막염은 증상이 심한 것을 제외하고는 수술없이 체외충격파나 PRP주사요법 등 비수술요법으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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