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넘어가면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게 마련이다. 척추도 마찬가지. 어느 날부터인지도 모르게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엉덩이는 물론 다리와 발까지 저리고 조금만 걸어도 아픈 경우가 있다. 이것은 척추관이 좁아져서 다리로 가는 신경이 눌리는 탓에 나타나는 ‘척추관 협착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주로 뼈의 노화로 발생하는 이 증세는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덜하기 때문에 자꾸만 목을 숙이다 보면 어느덧 ‘꼬부랑 할머니’가 되기 쉽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서 있으면 척추관이 넓어져 통증이 감소하는 것이다.

이 척추관 협착증은 단독으로 오는 경우는 드물고, 요추부 디스크나 퇴행성 척추관절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요통과 하지 동통(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 이 증상은 MRI나 CT 등으로 진단할 수 있는데, 척추관 협착증과 허리디스크는 엉덩이나 다리의 저림이라는 공통된 현상이 있기 때문에 헛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둘은 명확한 차이가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별다른 통증이 없지만, 뒤로 젖히면 통증이 나타난다. 이에 반해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오히려 더 통증이 심해진다.

척추관 협착증 치료는 증상 정도에 따라 결정하는데, 보통 환자의 약 60%는 비수술적인 약물요법과 신경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신경치료는 신경근에 직접 약물을 투입하여 해당 신경의 염증반응을 없애줌으로써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통증을 없애는 주사요법이 있다. 또 증상을 일으키는 신경에 전기자극을 주어 신경을 차단하는 신경차단술도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주로 당뇨나 기타 심혈관계 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령의 환자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마취와 수술에 대한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선 비수술적인 요법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치료해도 통증 조절에 실패해 100ｍ 이상 계속 걷지 못하고 쉬었다 가야 하는 상태가 되거나, 신경을 영구적으로 마비시켜 방광이나 직장 등의 기능장애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수술적 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병명이 생소하기는 하나 중년 이후 요통을 일으키는 질병 중 요추부 디스크 다음으로 병원을 많이 찾게 하는 병이다. 그러나 노화로 인해 생기는 병, 치료가 잘 안 되는 병으로 생각해 치료를 포기하면 안 된다.

〈정승기 정형외과·스포츠의학 전문의 www.drnopain.co.kr〉

출처 : 스포츠 칸